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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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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소설이 된 시인 백석의 이야기, '일곱 해의 마지막' 이루지 못한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다시 쓰인다. 1958년 여름, 번역실에 출근한 기행은 한 통의 편지봉투를 받게 된다. 누군가가 먼저 본 듯 뜯겨있는 그 봉투 안에는 다른 내용 없이 러시아어로 쓰인 시 두편만이 담겨있다. 시를 보낸 사람은 러시아 시인 '벨라'. 작년 여른 그녀가 조선작가동맹의 초청을 받아 북한에 방문했을 때 기행은 그녀의 시를 번역한 인연으로 통역을 맡았었다. 그리고 그녀가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기행은 그녀에게 자신이 쓴 시들이 적힌 노트 한 권을 건넸었다. 그런 만남이 있은 후 기행은 북한에서는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러시아에 있는 '벨라'에게 보냈던 것인데, 그동안 어떤 회신도 없다가 1년이 지나 답신이 온 것이었다. 봉투에 러시아 시 2편만이 담긴채로. 그 ..
[강서구청] 부담없이 가기 좋았던 동네 카페, '카페온하다' 노트북 들고 시간 보내기 좋은 동네 카페, '카페 온하다' 문득 아래와 같은 조건의 이상적인 카페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1. 당장 처리해야할 일들이 쌓이지 않은 평온한 주말 2. 집에서 노트북 하나 챙겨들고 나올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 3. 평균 정도 수준의 맛있는 커피 4. 노트북에 집중할 수 있는 창가석과 와이파이 때문에 '카페 온하다'가 주변에 있다는 건, 어찌보면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집 안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들이지만, 환경을 바꾸고 싶을 때 가볍게 노트북 하나 들고 나설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꽤 괜찮은 '동네 카페'이다. 코로나가 한참 심각해지던 초반에는 공격적인 아메리카노 마케팅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프랜차이즈(스타벅스, 커피빈)와 비교해보..
[강남] 찐하게 즐기는 미국 감성의 맛, '위트앤미트 W&M' 샌드위치의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샌드위치 전문점 '위트앤미트 W&M'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상당히 좋아했다. 주인공 '칼'의 듬직한 풍채와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요리에도 놀랐지만,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판매했던 '쿠바 샌드위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지극히 '미국스럽다'라는 느낌이지만 '쿠바'라는 이름이 붙은 쿠바 샌드위치는 별거없이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넣은 비주얼이랄까? 다양한 재료를 한껏 끼워넣은 고정관념 속의 샌드위치와는 달리, '미니멀'한 느낌의 임팩트 있는 샌드위치여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위트앤미트 W&M'(이하 W&M)은 영화 속의 '쿠바 샌드위치'의 향수를 서울의 중심, 강남에서 해소시켜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부터가 지극히 '미국'스럽다는 느낌을 받는데, 마치..
[주류이야기] 여름을 즐기는 또다른 방법, '하이볼' 우리는 왜 '하이볼'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도수 높은 증류주에 알코올이 안 들어간 음료를 섞은 것을 통칭하는 것을 '하이볼'이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인공 탄산수가 개발된 영국에서 처음 탄생했는데, 처음에는 탄산수에 브랜디를 섞다가 나중에는 위스키를 섞어 마시게 되면서 하이볼이라는 장르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이러한 음료를 '하이볼'이라고 부르게 되었을까? 이에 대한 설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에 대한 2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영국에서는 예전부터 위스키 한잔을 'Ball'이라고 불렀고 탄산수를 섞어 먹을 때는 키가 높은(High) 잔을 썼기 때문에 하이볼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설과, 또 하나는 미국에서는 증기기관차 시절에 공을 매달아서 신호기로 썼는데 공이 높게 매달려 있으면..
[커피이야기] '아메리카노', '롱블랙'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해.. 커피도 못 마시는 미국인들을 놀리기 위한 '아메리카노'가 한국인의 소울드링크가 되기까지.. 한국 직장인의 생명수와도 같은 '아메리카노'의 제조법은 굉장히 심플하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아메리카노의 정식 명칭은 '카페 아메리카노'로, 직역하자면 '미국식 커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음료는 카페라떼라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료이지만, 생각보다 호불호가 강한 음료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보다 농도가 연하고 양이 많다는 이유로 '롱블랙', '룽고'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커피로, '룽고'는 에스프레소 배리에이션 가운데 추출 시간이 가장 긴, 커피 농도는 가장 낮지만 쓴맛이 가장 강한 특징을 가진 커피이..
[오늘의책]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자란다 보육사이자 칼럼니스트 '브래디 마키코'. 영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일본인 저자가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로 신음하는 영국사회의 밑바닥에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생생한 현실을 기록한 책. 저자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이 인종도 국적도 계층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겪는 복잡미묘한 사건을 관찰하며 다양성과 차별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풀어낸다. 긴축재정과 브렉시트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편견을 뛰어넘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준다. 영국 지방도시의 공영주택지가 모여있는 동네. 그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도 무상급식 대상자와 중산층, 이민자와 원주민, 백인과 유색인종이 섞여 있다. 저자는..
[영화리뷰] 마블 유니버스를 넘어 디즈니 유니버스로,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 지금껏 본 적 없는 마블의 극한 상상력! 광기의 멀티버스가 깨어난다. 끝없이 균열되는 차원과 뒤엉킨 시공간의 멀티버스가 열리며 오랜 동료들, 그리고 차원을 넘어 들어온 새로운 존재들을 맞닥뜨리게 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 속, 그는 예상치 못한 극한의 적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데... 가볍게 보는 SF영화라는 말이 사라진, 영화를 위해 공부해야하는 시점 '마블 유니버스'라는 세계관 아래 진행되는 영화들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지금 당신이 선택한 그 영화만을 분석해서는 안된다는 것. '마블 유니버스'로 통칭되는 거대한 세계관 속의 한 장면에 불과한 그 영화를 이해하고 싶다면, 마블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관람해야만 비로소 그 영화를 오롯이 이해할 수 ..
[여의도] 아인슈페너는 비싼 커피가 아니다! '커피기업 동여의도점' 합리적인 가격의 '아인슈페너'로 여의도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 '커피기업' 금융의 중심지하면 먼저 떠오르는 여의도에서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아인슈페너로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페가 있다. 너구리를 닮기도, 랫서팬더를 닮은 것도 같은 나무늘보 마스코트가 인상적인 이곳은 '커피기업'이다. '커피기업 동여의도점'은 넓지 않은 매장이 드러내듯 이곳에서 여유를 즐기기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보다는 지친 심신을 커피로 달래려는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공간이기도 하다. 야외 테라스 공간에는 포토존 마냥 커피기업의 마스코트를 만날 수 있는데, 1분 1초가 아깝다는듯이 쉴새없이 바쁜 여의도 직장인들의 모습과 커피 한잔을 느긋하게 즐기는 나무늘보의 모습이 묘한 부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다. 한켠에는 아침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