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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오늘의책]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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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도 아이들은 자란다

 

보육사이자 칼럼니스트 '브래디 마키코'. 영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일본인 저자가 계층 격차와 다문화 문제로 신음하는 영국사회의 밑바닥에서 아이를 키우며 겪은 생생한 현실을 기록한 책.

 

저자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아들이 인종도 국적도 계층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며 겪는 복잡미묘한 사건을 관찰하며 다양성과 차별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풀어낸다. 긴축재정과 브렉시트로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어른들의 편견을 뛰어넘으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깊은 감동을 준다.

 

영국 지방도시의 공영주택지가 모여있는 동네. 그 동네 아이들이 다니는 중학교에도 무상급식 대상자와 중산층, 이민자와 원주민, 백인과 유색인종이 섞여 있다. 저자는 아이가 백인에게 인종 차별을 당하거나 몸집이 작아 폭력을 당할까봐 걱정했지만 차별과 폭력의 양상은 한층 복잡하다.

 

이민좌와 유색인종을 배척하는 건 또 다른 이민자였고, 식당에서 음식을 훔쳐 먹은 친구를 타이르던 아이들이 벌을 내리듯 폭력을 가했으며, 혐오 발언을 일삼던 아이는 '쿨하지 않다'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을 당한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친절과 걱정을 가장한 편견을 내비치고, PC함과 취향의 자유를 근거로 폭력을 정당화한다.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하는 여론과 이민자에 대한 이중적 태도, 하층 계급을 바라보는 중산층의 차가운 시선 위에 아이들의 전장은 이미 예견된 셈이다.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수영장 풀사이드마저 나뉘어 있는 중학교 수영대회의 모습은 21세기 계급사회의 충경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상'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

 

'다양성'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조심스러운 단어다. 'PC'라는 말은 현대사회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단어인데, 이마저도 PC함과 PC하지 않음으로 다시 나뉘는 것을 보면.. 굳이 험난한 길을 향해 가고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의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 결국 차별하는 것은 우리의 인식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과거에는 상호간에 문제되지 않았던 것들이 현대에서 극도로 예민해져서 문제로 번지는 사태를 종종 본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쩔 수 없지만 '나'와 '너'를 통합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것인지 가끔은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특유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다루고 있는 매체가 '미디어'인데, 최근의 피노키오 실사버전을 보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여러 생각이 두서없이 들게 만들지만 대주제는 관통하는 것 같은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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