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Gourmets

[잠실새내] 여름엔 냉면, 그리고 스트레스 받는 날엔.. '해주냉면'

반응형

 

'매운냉면'의 트로이카를 이끌었던, '해주냉면'

 

아주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나의 첫 냉면은 '함흥냉면'이었던 것 같다. 부산에 꽤나 큰 규모로 운영하던 함흥냉면 전문점이었는데, 회냉면과 함께 만두가 맛있었던 기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뒤로 시간이 지나 대학시절에는 '평양냉면'이 대세가 되었다. 매콤달달한 냉면의 함흥냉면과는 달리, 구수한 메밀 향과 슴슴한 고기육수의 조화는 당시 '어른의 맛이란 이런 것일까?' 라는 생각.

 

 

그리고 그 사이에 '매운 냉면'이라는 또다른 변종?이 유행했다. 기억상으로는 아마 자극적인 소재로 시청자를 끌어모으려는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보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냉면 외에도 '디진다 돈가스'처럼 도전의식을 자극하는 메뉴들이 유행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흘러 더이상 혀만 닿아도 혀가 타들어갈 것 같은 매운 냉면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한번씩 땀 뻘뻘 흘리면서 먹고 싶은 순간에 매운 맛 사이에서도 계속 입맛이 당기는 매운냉면집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잠실새내보다 종합운동장에 더 가까운 '해주냉면'은 이맘때면 인산인해를 이루는 매운냉면 맛집으로 유명한 곳.

 

 

특별하지 않아보이는 냉면 속 포인트는 '다대기'

 

요즘엔 먹고싶은 메뉴가 있으면 밀키트가 있고, 배달이 되는데 왜 꼭 사람들은 가게를 방문하게 되는 것일까?

 

아마도 맛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가게의 분위기, 같은 메뉴를 즐기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최종적으로 우리가 '맛있다'라고 인식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매운냉면'이라는 키워드를 해소하기 위한 해주냉면은 역시나 웨이팅은 기본이었지만, 혼자 방문하는 인근 직장인들도 많은지 회전율은 굉장히 빠른 편. 단일메뉴이기 때문에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특별한 비법은 없어보이는 냉면은 육수, 면, 오이, 계란이 고명으로 얹어진 평범한 비주얼. 이곳에서는 냉면 그 자체보다 매운 냉면의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다대기가 눈에 띄는데, 매운 다대기와 설탕, 냉면 무김치의 비주얼이 입맛을 돌게 한다. (다대기는 테이블당 하나씩 넉넉하게 있는 편은 아니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내가 필요한만큼 덜고 양보하는 매너가 있으면 좋을지도..?)

 

 

다대기가 냉면에 미리 얹어나오는 다른 매운냉면집과는 달리, 이곳은 내가 다대기와 설탕을 덜어내어서 맵기와 달달함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냉면 자체가 맛있는 냉면이라고 하기에는 객관적으로 부족하기에, 그래도 적당량의 다대기를 넣어 열린 마음으로 매운냉면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무김치는 셀프로 원하는만큼 덜어먹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냉면 무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남기는 분들이 많은지, 남기면 벌금을 받는다고 한다.. 꼭 먹을만큼만 덜어가도록..!)

 

어마무시한 인기를 가진 맛집이지만, 냉면 자체가 생각 이상으로 맛있는건 아니다. 냉면을 좋아해서 집에서도 종종 해먹는 내가 삶는 냉면이 개인적으로 더 낫다고 느낄 정도. 아무래도 냉면은 자고로 살얼음 낀 육수가 있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지론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매력적인 다대기가 자꾸 생각나는 맛집으로, 다음에 냉면이 땡긴다면 다대기만 주문해서 시원한 집에서 편하게 즐기는 것이 어떨까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