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로 꾸미지 않아도 풍경이 인테리어가 되는, '텅'
'낮에는 밥집, 밤에는 술집' 이라는 컨셉의 가게들이 한동안 보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낮에는 카페, 밤에는 술집'과 같은 컨셉의 공간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안국역에 위치한 '텅'도 그런 곳이다. 이곳은 커피와 함께 와인을 판다. 낮이라고 해서 와인을 마시지 못하고, 밤이라고 커피를 팔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암묵적인 그 룰을 지켜주고 싶고, 사람들의 암묵적인 룰 덕에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추어 전혀 다른 공간으로 탄생하는 느낌이라 신선하다.
다른 의미로 '텅'은 인스타에 금방이라도 나올 것만 같은 공간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마자 느닷없이 시작되는 카페의 느낌은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당구장, 피시방을 처음 접했을 때의 그 느낌과 비슷했다. 이곳은 창가쪽 테이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크게 공들이지 않아도 창문 밖 풍경이 인테리어로 활용되는 진기한 현상을 구경할 수 있다.
그때문에 안국까지 와서 창가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는 모습이 낯설거나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달까? 잠시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를 소비하고 싶은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곳.
이곳에서 판매하는 커피, 와인의 종류는 다양하고 꽤나 괜찮았던 기억이지만, 결국에는 풍경을 보조하는 하나의 도구와 같은 느낌을 크게 받았다. 굳이 뽐내지 않아도 꽤나 느낌있는, 사람들로 북적이기전에 나만의 자리를 찾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싶은 그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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