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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오늘의책] 낭만을 바라는 그 어떤 것에 대하여..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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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다시 사랑해보기로 한 사람들의 따스한 이야기,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라디오 작가 '공진솔'은 평소 '연연하지 말자'가 인생의 모토. 마음이 심란할 때 연필 몇자루를 깎는 소소한 취미를 가졌고 세상과 사랑에 큰 기대없이 살아가려고 애쓰지만, 개편을 맞아 새로운 피디 '이건'과 프로그램을 함께하면서 인생 목표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저 자신의 삶을 꾸리며 평온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런 진솔의 울타리를 매번 부드럽게 노크하며 문밖으로 불러내는 듯한 건을 마냥 외면할 수가 없다.

 

30대 초중반, 적당히 쓸쓸하고 마음 한자락 접어버린 이들이, 그럼에도 '다시 한번 사랑해보기로 하는' 따스한 이야기. 서로의 청춘, 일터, 지나간 감정과 다시 찾아온 사랑의 마음을 행간을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기억 저편에 잊고 지내던 아날로그 감성을 되찾게 한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세상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제목만 봤을 때는 뭔가 '사서함 110호'로 여러가지 사연들이 얽히고 설키는 옴니버스식 구성의 소설인줄 알았는데, 진득한 한국형 로맨스물이었다. 이 책은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만 남자 주인공인 '건'이 시인이기에, '시'의 형식으로 표현되어가는 말랑말랑한 감정선이 특히 좋았던 작품이었다.

 

"난 그냥, 가시돋친 모든 관계가 싫어요. 조용하고 편안한게 좋을 뿐이에요."

 

상처받은 여주인공 '진솔'이, '건'을 밀어낼 때 드러낸 그녀의 여린 부분은 사람들에게서 상처받는 것이 두려운 '나'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되어버렸던 것 같다.

 

나를 드러내는게 서툰 진솔에게 상처입는 법(?)을 가르쳐준 건과 같은 사람이 내게도 올까..?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내 전부는 아니에요.

 

'사랑'이라는 것이 누군가는 전부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전부를 바쳐 사랑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하지만, 전부는 아닌.. 그런 교집합의 균형을 이루는 사랑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원하는 건, 이번 생에서 해야 해

 

문득 이 구절을 읽고 다음번에 기회가 있겠지.. 하며 넘긴 일들이 아직 하나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와보고 싶었던 타이베이에 실제로 다음 기회를 만들어 다시 왔다는 사실이 꽤나 자랑스러웠다. 내가 내 삶의 주체로서 나는 주도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아니면 남의 시선에 이끌려가는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무조건 전자이고 싶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의 가슴에 새겨진 한 구절을 뽑으라면 이것이 아닐까. 제목에는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라는 구절을 뺐는데,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무사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내 사랑도 무사할까? 무사했으면 좋겠다.

 

이번 체험독서의 마지막 책이 말랑말랑한 책이라.. 마지막을 맞이하는 내 마음도 말랑말랑해져 가는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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