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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오늘의책] 낯선 단어가 만나 일으키는 묘한 친밀함, '친밀한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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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 이름, 훔치고 싶은 인생, '친밀한 이방인'

 

7년 동안이나 소설을 쓰지 못한 소설가 '나'는 어느 날 신문에서 흥미로운 광고를 발견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을 찾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신문 전면에 어떤 소설의 일부가 실려 있다. 아무 생각없이 소설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충격에 빠진다. 그 소설은 '나'가 데뷔하기전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문예공모에 제출했던 작품으로, 공모전에서 낙선한 뒤로 까맣게 잊고 지내온 터였다.

 

신문사에 광고를 더이상 싣지 말라고 연락하자, 뜻밖의 인물이 '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다. 6개월 전 실종된 남편을 찾고 있는 여자, '진'이었다. 놀랍게도 '진'은 그녀의 남편이 광고 속의 소설을 쓴 작가로 행세했다고 말한다.

 

남편의 거짓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우리는 모두 거짓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책

 

'친밀한 이방인'이라는 주제의 책을 알았을 때 동시에 이 책이 '안나'라는 드라마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드라마로 확정될 정도의 책이라면 스토리는 이미 검증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책을 읽기 전부터 굉장히 흥미를 가지게 된 책이었다. 보통 이런 기대는 실망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지만, '친밀한 이방인'은 예상대로 굉장한 흡입력을 가지고 쉽게 읽어내려갔던 재미있는 책이었다.

 

'친밀한 이방인'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이유미'는, 몇번이나 자신의 신분을 바꿔가며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삶을 바라고, 훔치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듯이 묘사하며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극적인 인생으로 비춰낸다. 하지만 소설의 끝에서 돌이켜보면 '진'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남편'과 '나' 역시도 사실은 '거짓말'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발견의 순간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짜릿함을 느꼈던 순간이 아닐까 싶다.

 

비단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우리도 TPO에 따라 다양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며 살아가고 있다. '친구'일 때, '회사원'일 때, '연인'일 때의 나는 분명 내가 맞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각각이 다른 하나의 인격체이다. 어쩌면 '검은색'과 '흰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운 우리에게는 사실 삶은 '회색'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나니 비슷한 주제의 '트루먼쇼', '거짓말의 발명'이라는 영화가 자연스레 떠오르며 거짓말의 '이중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책.

 

좋고 싫음이라거나 옳고 그름과 같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게 생각해야겠다고 다져본다.

 

cf) 드라마는 모르겠지만, 책은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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