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취미'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되짚어보는 책
'취미가 무엇입니까?'는 '취미'라는 일상 개념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형성되고 변천하는 양상을 다양한 근대 매체의 텍스트와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재구성한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어떤 취미 형식을 향유했는지 살핀다. '취미' 개념의 유입은 서양의 근대성과 이에 대한 일본의 개념 번역 및 이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지만, 원심력으로서 대중의 욕망과 감성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한 담론 체계이다.
주로 20세기 전반기까지 '취미' 용법과 의미, 담론의 맥락을 분석하여, '취미'가 한국 근현대의 일상사와 문화사와 조응하는 가운데 형성되는 지점을 탐색한다.
우리는 때로 쉬운 질문이지만 어렵게 대답하고, 친근한 주제를 어렵게 풀어내는 재주를 지녔다.
"취미가 무엇인가요?"
첫만남으로 어색함이 아직 사그러들지 못한 시점에,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이 질문은 의외로 대답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질문과 같이, '취미가 무엇입니까'라는 책 또한 가볍고 친근하게 풀어낼 수 있는 주제를 굉장히 어려운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로 구성했다는 점, 인용을 통해 풀어나가는 글들이 인용와 주장 사이를 가독성있게 분리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려운 글을 자초한다는 점,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자 하는 의도로 '고어'를 책에서 그대로 차용했지만 오히려 의도를 해석하기에 많은 주의를 요하는 글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을 대상으로한 책에서는 벗어나 있다.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오히려 '논문'에 가까운데, 어떻게 대중들을 위한 책으로 발간되었는지가 의문스럽기도 하다.
저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정치적 특수성 속에서 근대한국사회에서의 '취미'는 일제의 제도적 강권과 식민지 교육시스템에 의해 도입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인 맥락으로 '취미'와 '문화'라는 수단은 1910년대 무단통치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근대 지식인들에 의해 정치적인 소재로 활용될 수 없었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담론'이라는 보편적 개념으로 이끌어내려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이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동의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았고, 불편한 부분들도 많아서 나의 '확증 편향'이 강화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하는 부분. (특히 책 초반부에 3.1 운동을 실패로 규정짓는 부분에서 감정이 절정에 이르렀다.)
책을 읽을 때 저자에 대해서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저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논문까지 뒤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듯 할 정도.
단순 생산활동 이외의 창조적인 영역에서의 활동 그 어떤 것을 '취미'라는 개념 안에 포함할 수 있다면, 그 시작은 서양에서부터 발현된 근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원시 시대 사냥을 마치고 밤에 소일거리로 벽화를 남긴 원시인에서부터 찾아야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들은 출판사에서부터 자기반성적인 검열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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