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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Books

[오늘의책] 터질듯 말듯한 감성으로 가득한, '우아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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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의 신작! 나를 지키기위한 잔인한 거짓말..

 

'완득이'의 작가 '김려령'이 선보이는 새로운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 이 작품은 평범해 보이던 열네살 소녀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동생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던 언니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살펴보고, 숨겨져 있던 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완득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지만, 한층 깊고 넓어진 작가의 문학세계를 엿볼 수 있다.

 

열네살 소녀 '천지'가 자살한다. 언니 '만지'는 동생이 남긴 흔적을 쫓으면 퍼즐을 맞추어간다. 가까웠던 친구 '화연'은 친구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천지'를 이용했고, '천지'가 사랑했던 가족들은 그녀의 고민을 알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천지는 자신이 미워했고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용서의 편지를 남겼는데...

 

이 소설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정과 인물들의 심리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구성과 복선이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특히 산 자와 죽은 자, 2가지 시점에서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천지'와 주변인물들을 둘러싼 사건과 감정의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했다. '죽은 자'인 '천지'는 나레이션을 통해 그동안 겪어온 가슴 아픈 일들과 고통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바늘로 콕 찌르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세밀한 감정의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

 

읽는 내내 터질듯 말듯한 감정을 느끼며 작품 자체에 몰입할 수 있었다. '천지'가 죽은 뒤 아무렇지않게 억척스럽게 살아가려는 '엄마'와 늘 그렇듯 이래저래 넘겨나가는 '만지'의 모습이 오히려 '천지'가 사라진 뒤의 그들의 슬픔, 공허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책의 제목과 같이,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거짓말을 하며 자신들을 변호하고 숨겨나간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정작 가까운 이들의 가면 속 진심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문체가 어려운 편이 아니어서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이미 떠나버린 천지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뒷이야기를 관찰하며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 스쳐가듯 보았던 동명의 영화에도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만든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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