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회기 골목에 위치한 쉼터같은 카페, '컴투레스트 (Come to Rest)'
청량리에서 디저트를 찾아 회기까지 오게 만든 케이크가 인상적인 카페, '컴투레스트'. 졸업한 이후로 '회기'라는 공간은 방문하고 싶지만, 방문하기 꺼려지는 묘한 졸업생의 심정이 투영되는 그런 공간이었다. 뭔가 함부로 방문할 수 없는 느낌이랄까? '컴투레스트'는 그런 회기를 이.번.기.회.에. 라는 느낌으로 큰 맘먹고 다시 찾게한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오랜만에 방문이지만 괜히 반갑고, 또 변화가 괜히 낯설다. 요즘 회기에서 핫플로 소문난 작은 카페인데, 직접 로스팅하는 커피도, 곁들여내는 케이크와 판나코타도 모두 매력적인 곳. 회기 상권이 워낙 골목길 상권인 탓에, 미로처럼 찾아들어가는 카페로 가는 길이 의외의 재미요소이기도 하다. 복잡한 골목과는 반대로 가게 안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온듯한 느낌. 자리가 많지 않기도 하지만, 점심 이후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가게 분위기와 찰떡궁합의 '무화과 치즈케이크', '판나코타'가 시그니처로 자리잡은 곳
커피도 이곳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것으로 보여 평균 이상의 기대감을 심어주지만, 이곳을 찾게된 결정적인 이유는 압도적인 비주얼의 '무화과 치즈케이크' 때문이다. 꾸덕한 치즈케이크 위에 잘익은 무화과를 한움큼 올려내고, 무심하게 케이크 옆에 조금 더 얹어낸 비주얼이 가게 분위기와 찰떡궁합이다. 종종 디저트 비주얼은 정말 예쁜데, 가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는데 컴투레스트는 그런 느낌이 없어서 좋았다.
'판나코타'는 생크림과 설탕으로 만들어낸 이탈리아식 스위트 푸딩의 한 종류인데, 크게 특별한 것 없어보이는 레시피에, '센스'라는 비주얼을 한술 더했다. 맛에 있어서 특별한 그 어떤 것을 찾을 수는 없지만 '미키마우스'라는 비주얼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 너무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에 차마 한입 뜨기가 미안한 느낌이었다...?
디저트들이 달콤해서였을까? 또 하나의 시그니처라고 알려진 '쑥 아인슈페너'는 기대보다 많이 별로였다. 진한 커피 위에 달콤한 생크림을 얹어 먹는 아인슈페너를 컴투레스트만의 재해석으로 '쑥 아인슈페너'라는 메뉴로 개량해서 제공하고 있는데, 쑥크림, 커피 그리고 우유로 이루어지는 세개의 층이 비주얼적으로는 만족스럽지만 맛의 밸런스가 없는 느낌. 기존의 아인슈페너가 달콤한 크림 위에 씁쓸한 커피가 얹어져 달콤함과 씁쓸함의 조화를 이룬다면, '쑥 아인슈페너'는 쑥향 가득한 크림에 씁쓸한 커피가 들어올때쯤, 우유 맛이 치고들어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랄까?
'쑥'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쑥과 커피의 2층의 레이어로만 구성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글을 쓰는 지금에도 무화과 치즈케이크를 먹으러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 다음번에 방문한다면 책 한권과 노트북을 들고, 햇살을 받으며 주말을 보내는 그런 상상을 하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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