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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Movies

[영화리뷰] 담백한 사랑이야기라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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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질 않아 그 겨울, 바닷가. #조제와 나의 추억의 한 장면

 

"이름이 뭐야?"

"조제"

 

심야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츠네오는 손님들로부터 할머니가 끌고 다니는 수상한 유모차에 대해 듣게 된다. 어느 날, 소문으로만 듣던 그 유모차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조제라는 이름의 한 여자를 알게 된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보고 싶었어."

 

강렬했던 첫 만남 이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호랑이, 물고기 그리고 바다를 보고 싶었다던 조제. 그런 그녀의 순수함에 끌린 츠네오의 마음에는 특별한 감정이 피어난다.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 다시 고독해지고. 모든 게 다 그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뜨거운 감정을 나누는 것도 잠시, 츠네오와 조제는 이 사랑의 끝을 예감하게 되는데..

부디 우리가 도망쳐 온 모든 것에 축복이 있기를.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부박함도 시간이 용서하기를. 결국 우리가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삶의 뒷모습도 많이 누추하지 않기를...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대한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이동진 평론가님이 별점 5개를 준 작품이라는 말에 넷플릭스를 틀게 되었다. 도대체 저런 사람은 어떤 영화에 만점을 줄 수 있을까 싶어, 넷플릭스를 켜버렸다. 그리고 예전부터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이 작품을 왜 여지껏 미뤄뒀는지..

 

일본 멜로영화 특유의 감성이 영화 곳곳에 느껴지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일본영화 특유의 과한 느낌 없이 전체적으로 담백한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내내 절제되어 있는 대사, 과하지 않은 감정표현이 먹먹한 감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것 같아 신선한 경험. 영화 초반부에 주인공의 기억이 사진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있는데, 어수룩하게 찍은 사진들이 감정으로 발현되는 것 같다.

 

치기어린 사랑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낼 수 있을 줄 알았던 두 남녀의 이야기는 비단 그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츠네오와 같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볼 용기가 있을까? 그들의 담백한 이별 속 츠네오의 마지막 장면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될 것만 같다.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한가지 뿐이다. 내가 도망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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