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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Gourmets

[명동] 포지셔닝 확실한 도삭면 맛집, '란주라미엔 (란주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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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한산해진 명동에서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맛집이 되어버린,'란주라미엔 (란주칼면)'

 

처음 이 집을 알게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정도로 붐비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장기간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명동거리가 많이 한산해졌다고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더 마음을 편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이전과 같이 변함없는 자리에 위치한 '란주칼면'의 달라진 위상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한 것은 나였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가게 안에서부터 밖까지 쭉 늘어선 대기줄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남산 자전거 1회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볍게 들러 도삭면 짜장면으로 허기를 달래려던 계획은 그렇게 맛집투어가 되어버렸다. 란주칼면은 다른 중화요리 전문점과는 달리 커다란 밀가루 반죽을 도마 위에 올려 전용칼로 썰어 끓이는 도삭면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반죽을 밀어서 접어 썰어내는 칼국수와는 달리 마름모 모양의 특이한 단면을 가지게 되는데, 면의 굵은 부분은 수제비와 같은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고 얇은 부분은 국물, 소스가 흠뻑 배어들어 또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는 독특한 면이다.

다른 중국집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식감의 도삭면, 짝꿍으로 시키지 않으면 후회하고 말 쫄깃한 '꿔바로우'

 

오랜만의 좋은 날씨에 이은 자전거 투어라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서 다양하게 시켰는데, 예상외로 '쯔란 양고기덮밥'이 괜찮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양파의 식감을 살려 양고기와 볶아내어 낸 투박한 음식은 적당한 쯔란을 만나 독특한 맛을 이끌어낸 느낌. 아삭한 양파의 식감과 고슬한 밥, 양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는 쯔란의 조화가 좋았다.

이 곳에 오게되면 당연하게 시키는 자장면은 기억보다는 임팩트가 강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해물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맛 자체는 괜찮았지만 이전 기억보다는 소스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 소스 맛이 충분히 배어있는 도삭면의 식감과 풍미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부분. 실제로 비주얼적으로도 이게 자장면이 맞는지 갸우뚱할 정도로 색을 충분히 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도삭면의 식감이 압도적이라 해물들과 함께 다양한 식감을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짬뽕 또한 의외로 오늘의 킥 중 하나였는데, 환상 속의 짜장면을 기대해 다소 실망했던 탓일지는 몰라도 국물 간과 그 국물이 잘 배어든 면이 참 맛있었다. 본래 짜장 vs 짬뽕의 구도일 때 짜장의 손을 들어줄 때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다음엔 국물요리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짜장과 마찬가지로 부재료를 아낌없이 넣어줘서 두툼한 면발로 인해 상대적으로 부실해보일 수 있는 도삭면의 비주얼을 잘 커버하고 있다.

중국집에 와서 사이드로 탕수육을 시키지 않으면 괜히 아쉬운 것은 나만 그런걸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곳의 꿔바로우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얇게 저민 고기를 갓 튀겨내어 소스를 끼얹어 제공되는 사천 탕수육(꿔바로우)는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맥주 추가주문을 부르는 맛이라도 단언한다. 이곳의 꿔바로우는 겉바속쫄. 바삭한 튀김에 속은 얆게 저민 고기와 찹쌀이 어우러져 쫄깃한 식감을 자아낸다. 시간이 지나 소스가 튀김옷에 충분히 배어도, 쫄깃함은 여전히 남아있어 평소 부먹파인 나도 이견이 없었을 정도?!

 

명동에서 평균이상의 맛을 보장하기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이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 또는 음식을 기다리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라면 추천하지 않는 장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참을 줄서서 기다려야 입장이 가능하고, 주문 후에도 입장한만큼 기다려야 음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는 사실은 아쉽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메뉴판을 먼저 건네주는 것을 넘어 조리시간을 파악해서 미리 주문을 받는 배려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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