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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Gourmets

[신논현] 복잡한 서울을 상징하는 강남거리에 유유히 떠있는 섬 하나와 같은 공간, '가배도 신논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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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의 발길을 찾게 만드는 매력, '가배도 신논현점'

 

'가배도'는 커피를 뜻하는 옛말인 '가배'에 섬을 뜻하는 '도가 더해져, 도심 속 커피가 있는 작은 섬이라는 호젓한 정서를 담은 이름이라고 한다. 석촌호수에서 시작한 이 공간은 다른 여느 가게와 같이 자기를 드러냄이 없는데, 가게 컨셉과 어우러져 찾는 이들에게 드러내지 않아도 고고한 선비정신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가게를 표시하는 간판이라고는 2층에 올라서기 전에 한자로 쓰여진 '현판' 같은 것이 전부. 오히려 드러내놓고 구분하지 않아서 혼잡한 강남거리와 구분되는 공간으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구한말의 정서가 흠뿍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커피'가 신식 문물의 상징이었던 그 시절에, 마치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러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프랑스의 커피하우스가 그랬듯 그 시절에 '가배'라는 음료와 함께한 담소는 오랜 시간 함께한 '차'를 마시며 나누는 담소와는 느낌이 분명 달랐을 것이다. 가게를 들어서면 공간과 공간 사이의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데, 치밀하게 계산된 편안함이라기보다 '여유'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왁자지껄하다는 느낌보단 편안한 느낌이 지배적이지 않을까?

 

 

고즈넉한 구한말의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와는 별개로, 모던한 느낌이 가득한 메뉴들

 

'여유'와 '고즈넉함'이라는 이미지가 지배적인 인테리어와는 달리, '가배도'에서 제공하고 있는 메뉴는 힘이 꽉 주었다는 인상이 강한 메뉴들이 많다. '가배도'를 상징하는 시그니처라고 하면 결국 '티라미수'가 아닐까? '티라미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직관적인 그 맛 외에도, 이 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티라미수를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그 메뉴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꽤 높은 편이라, 인원이 많을 때 여러가지를 골라 가더라도 그 중에 입에 맞는 것이 하나는 있는 편.

 

가배도의 커피 자체도 만족스럽지만 커피가 땡기지 않는 날이라면, 말차라떼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 디스플레이에 많은 신경을 쓴 말차라떼는 말차의 씁쓸함보다는 적당한 달콤함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역시 달콤한 티라미수와 함께 먹는다면 커피가 제격일테다.

 

강남에 오면 늘 정신이 없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한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누군가를 기다리기로 한다면, 잠깐 정신 없는 곳에서 여유를 찾아보고 싶다면, '가배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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