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 '아메리카노', '롱블랙' 그 미묘한 차이에 대해..
커피도 못 마시는 미국인들을 놀리기 위한 '아메리카노'가 한국인의 소울드링크가 되기까지..
한국 직장인의 생명수와도 같은 '아메리카노'의 제조법은 굉장히 심플하다.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드는 아메리카노의 정식 명칭은 '카페 아메리카노'로, 직역하자면 '미국식 커피'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대중화된 음료는 카페라떼라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료이지만, 생각보다 호불호가 강한 음료이기도 하다. 에스프레소보다 농도가 연하고 양이 많다는 이유로 '롱블랙', '룽고'와 헷갈릴 수도 있지만, 서로 전혀 다른 커피로, '룽고'는 에스프레소 배리에이션 가운데 추출 시간이 가장 긴, 커피 농도는 가장 낮지만 쓴맛이 가장 강한 특징을 가진 커피이다.
'아메리카노'의 이름에 대한 유래는 불분명하지만, 세계 2차대전 당시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커피를 마시려는데 이탈리아에선 일상적인 에스프레소가 미국 사람들 입맛에 너무 쓴 나머지 물을 타 희석해서 마셨는데, 이를 본 이탈리아인들이 커피도 못 마시는 미국인들을 놀리며 부른 말인 '아메리카노'가 미국식 커피의 명칭으로 굳어졌다는 것이 유력하다.
같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순서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의 차이
스타벅스 덕택에 '아메리카노'는 커피에 자부심이 강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서는 찾아보기 힘든 편인데, 호주가 그 찾아보기 힘든 나라 중 하나이다. 호주에서는 아메리카노 대신 '롱블랙'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직관적인 이름에서 느껴지듯 '롱 블랙'은 양이 많은 블랙 커피를 뜻하며 커피 외에 설탕, 우유 또는 크림이 들어가지 않는 커피를 일컫는다.
'에스프레소+물'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은 같은 커피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지만, 두 커피는 아래의 2가지에서 차이를 지닌다.
1. 물을 넣는 순서 :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희석시키는 개념이라면, '롱블랙'은 물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붓는다. 이로 인해 완성된 커피 기준, 아메리카노는 크레마가 물에 희석되어 사라지지만, 물 위에 에스프레소를 끼얹은 롱블랙에서는 진한 크레마를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롱블랙에서 상대적으로 풍미와 신선함을 잘 느낄 수 있는 편.
2. 물의 비율 : '아메리카노'는 보통 에스프레소와 물의 비율이 1:3 or 1:4 비율이라면, '롱블랙'은 1:2 정도로 농도 면에서 훨씬 진하다.
전통적인 레시피에서는 위와 같은 차이가 있지만, 사실 국내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이를 명확하게 따르는 가게를 찾아보는 것은 힘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많이 찾는 여름철에는 컵에 얼음과 물을 미리 부어두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는 즉시 물 위에 끼얹는 모습을 흔히 발견할 수 있을 정도. (우리는 아메리카노를 시켰지만, 사실 호주식 커피인 롱블랙을 마시고 있었다?)
모르고 먹으면 다 같은 블랙커피 같은 '아메리카노'와 '롱블랙'이지만, 알고나면 그 차이가 조금은 느껴질까? 호주의 '롱블랙'을 프랜차이즈에서 비슷하게 즐겨보고 싶다면 폴바셋에서 '룽고'를 주문해보자. (폴바셋의 룽고는 에스프레소 룽고가 아니고 물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끼얹은 롱블랙에 가까운 메뉴라고 한다.)